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 사회에서 난청 대책은 단순히 노인 복지 차원이 아니라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을 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난청 정책을 사회 활력을 되살리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일보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동으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2021 노인난청 국가정책포럼’을 열었다.
기조 연설자로 나선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30년 한국이 전 세계에서 평균 기대수명이 가장 긴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할 노인을 사회적 자본으로 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전 장관은 김대중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다.
차 전 장관은 노인난청 문제도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의 ‘내재적 능력’은 노화와 질병 등의 영향으로 감퇴하지만 국가 정책, 사회적 보조 등을 통해 노인의 ‘기능적 활동능력’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난청은 노화에 따른 대표적인 신체 능력 감퇴 현상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노인 인구 820만5000명 중 청력손실 추정 비율은 24.6%에 달했다. 약 201만8000명의 노인이 난청으로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의사소통 실패는 노인의 사회 활동 참여 제한으로 이어진다.
차 전 장관은 “고령화로 난청 인구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생애주기별 국가건강검진체계에 난청을 포함해 조기에 노인 난청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에 난청을 발견해 보청기 지원 등에 나서면 노인의 청력 악화를 늦추고 건강한 사회 활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상적인 노화현상임에도 난청은 한 사회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채성원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장애생활연수(YLD)’ 지표로 보면 70세 이상 인구에서 난청으로 인한 질병부담은 10.05%로 당뇨(9.23%)와 치매(5.5%)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각장애를 판단하는 최소 기준은 두 귀의 청력 손실이 60데시벨(㏈) 이상이거나 한쪽 귀가 40㏈, 반대편 귀가 80㏈ 이상일 때다. 2018년 기준 34만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채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청각장애 판단 최소 기준이 높아 중·고도 난청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때만 청각장애인으로 인정받고 보청기 구매 시 국민건강보험 급여로 131만원을 지급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40㏈ 이상만 돼도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을 겪는데 이들은 전혀 공적 부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국가 건강영향평가 조사서에 따르면 연령별로 분류했을 때 우리나라 60~69세 인구의 11.9%, 70~79세 인구의 26.3%, 80세 이상 인구의 52.8%가 40㏈ 이상의 난청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보청기 급여 금액은 2005년 25만원에서 2015년 11월 이후 131만원으로 대폭 올랐지만 급여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강 의원은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 난청은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 위험성에 비해 우리 국가와 정부의 지원은 아직 너무나 열악하다”며 “우리 사회도 치매 국가책임제에 이어 ‘난청 국가책임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2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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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18년 건강보험 재정부담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고령화와 노인의료비 증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지목한 바 있다.
청각장애의 경우 2016년 보청기 급여비용이 131만원으로 늘어나면서 2018년 건강보험 장애인 보조기기 예산 1100억원 중 보청기에만 767억원이 지급됐다. 14일 국민일보 ‘2021 노인난청 국가정책포럼’에서는 청각장애인만으로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기금 재정만으로는 200만~300만명으로 추산되는 난청 노인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성민나우히어링청각언어센터 대표는 노인난청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도입을 제안했다. 현금 지원이 아닌 사회서비스에 대한 이용권, 쿠폰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수요자에게 복지 쿠폰을 제공하면 수요자는 이용가능한 복지 서비스나 물품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구 대표는 “난청이 있는 노인을 환자 또는 청각장애인이라는 개념으로만 보면 건강보험법상 의료정책의 대상자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법에 해당하는 예산만 써야 하고, 직접 수혜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지원방식을 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난청 노인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보청기 급여를 절차대로 신청한다면 청각장애인 진단·등록부터 시작해 보청기 처방, 구매, 검사확인, 급여비 청구, 지원 등 최소 6~9단계를 밟아야 한다. 기간도 최소 3개월이 소요되며 각 단계마다 추가되는 의료 비용도 25~60만원에 달한다. 구 대표는 “난청 문제에 사회서비스이용권법과 노인복지법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협력이 이뤄지는 사회서비스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행 중인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 중 노인복지 사업은 전무하다. 구 대표는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에 노인 난청 관련 분야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22969